공연

by 이상조

 

조명이 꺼지고

빨간 색 무대가 열릴 때

약속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와 온 몸을 불사릅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새끼 손가락을 하늘로 약간 올렸을까?

얼마나 가슴이 아프기에

가운데 발가락을 두 번 오므렸다 폈을까?

 

무대가 전쟁터인양

온 몸으로 긴 서사시를 쓸 때

땀으로 흐르는 역사

가슴으로 흐르는 언어의 강.

 

침묵도 숨을 죽이는 고요한 바다.

이 속에 흐르는 따뜻한 영혼.

어둠이 밝고 포근한 이불로 관중들을 덮을 때까지

공연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무대에 불이 환하게 밝아질 때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