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By 이상조목사

형은 말이 없이 서있는 문설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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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에서는

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사자였지만

어머니에겐 가정을 지키는 기둥뿌리 그 자체였습니다.

형은

아파서도 안되고

넘어져서도 안되고

부족해서도 안 되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좋은 것은 형에게

가치 있는 것은 형에게

어머니의 결정이 아니라 형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형은 모든 가치의 재판관이었습니다.

강산이 몇 바퀴를 돌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나그네처럼 멀리 나라 왔어도

마음의 기둥은 세상이 끝날까지 일 것입니다.

이제

어머니의 나이도 팔순이 넘고

형의 나이도 회갑이 다가와도

어머니에겐 아직도 형이 기둥입니다.

똑 같이 흰머리가 되었지만

어머니의 흰머리와 형의 흰머리는 굵기부터가 다릅니다.

어머니는 육 남매를 기르며

세상 풍파를 다 쓸어 내린 싸리 빗자루 같은 머리라면

형은

집을 위하여 움직일 수 없는 고목나무 같이 두꺼운 머리카락 입니다.

폭풍우 속에서도

어질러진 생활 속에서도

기둥과 빗자루 속에서

곱게 변해가는 내 흰머리는

형과 어머니 앞에 감히 들 수도 없지만

그저 필요하게 붙어 있는 부지깽이에 불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