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사랑

By 상조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고소한 푸른 색 깻잎처럼

그 옆에 하늘 색 옮겨놓는 허리 띠에

까만 색이 조금 섞인 따뜻한 김밥KTX

 

이동식 매점보다

한 마디 한 마디 들리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집니다.

 

차창 너머로 풍경화 책을 넘기듯 

멀리 산이며, 강이며, 논과 밭이며

어느 곳은 비닐로 덮은 맨션 속에 화초가 고개를 들어 줍니다.

 

한강을 건넌지가 눈 깜짝 같은데 광명을 지나 대전을 뒤로 하고

대구 사투리가 정겹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철로 속으로 역사를 뒤로하듯 돌아가는 바퀴 소리가

용산에서 이리까지 까만 밤을 다 새우며 달려갔던 길이 서럽게 느껴집니다.

 

부산의 갈매기 소리에

KTX는 애인을 껴안기 위하여 큰 팔 벌려 달려가듯

가슴에 사랑을 안고 부산 역사로 들어갑니다.

-scr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