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오늘

. 이상조목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숨어버린 뱃머리 쪽에서 맴돌던 공기도 슬며시 날라가 버리고

새로운 공기가 불어와 다시 그 자리를 맴돌고 또 떠나갑니다

 

겨우 38 미터 깊지 않는 곳에

선장처럼 냉정하게 처박혀 있는 세월호는

주위를 맴돌던 물도 한 바퀴 돌고 어디론가 침묵하며 떠내려 갑니다

무정한 것들

 

절규하듯이 목놓아 불러도 불러도

대답도 없이 먼 길 떠난 우리 아이들이

행여나 구름 속에서라도 한 번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수도 없이 하늘을 처다 봐도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갈매기만 내 마음처럼 꺼억 꺼억 울어 줍니다.

 

끝없이 흐르던 눈물도 무정하게 말라 버리고

영정 사진 속에 둘러싸인 하얀 꽃도 언젠가는 시들어 가겠지?

그래도 무능한 사람들처럼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영정사진 옆을 지키고 있는 그 꽃들이

조금이라도 싱싱할 때 마지막 떠나는 장례식을 치르리라

무능한 것들

 

이제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무능함을, 내가 부족함을, 내가 지켜주지 못했음을.

세월호의 절규도 언젠가 세월 속에서 희미하게 잊혀져 가겠지.

나를 위하여 잊혀져 가는 망각처럼

! 슬프다 오늘이여.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는 오늘이여!

 

4014-04-25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