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By 이상조

 

설거지를 시작한 것은

어머니가 떠난 뒤부터였습니다.

 

아내에 대하여 불쌍한 마음 때문에 시작했던 것인데

사실은 내 자신이 불쌍해서 한 것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릇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때

내 가슴 속에서는 죄들 씻어지는 아우성 소리가 들립니다.

 

거품을 내며 수세미의 도움을 받을 때

죄를 씻어내는 고통의 몸부림이 있습니다.

 

깨끗한 수돗물에 세례를 받을 땐

새롭게 태어나는 거듭남의 기쁨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설거지 통은

부족한 종을 위로하는 참회의 자리입니다.

-scr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