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 이상조 -

 

빛 바랜 고리통 바지에

빈주먹 푸-욱 꽂아 넣고

헛바람 묻어나는 휘파람을 불어본다.

 

생머리 흔들며 추억을 먹고

거닐던 돌담길이

흰 구름 속 희미한 기억이다.

 

아스팔트로 덮어버린

사랑, 미련, 낭만과 고독들이

지금은 외계인들만 사는 거리로 다운로드받아

빛 바랜 추억 앨범 속에 갖쳐버렸다.

 

긴 코트에

붙어살다시피 하던 가씨내들도

지금은 며느릿감 사윗감 타령이나 하고 있겠지?

 

추억이 뭔지!

한 평생 붙어 다니는 이놈을 무지개라고 불러줄까?

젠장,

나만 추억을 비빔밥처럼

이리 저리 비비며 꾸역꾸역 먹고 있나?

그래도 그 속에 가슴을 저리며

오늘도 빛 바랜 추억을 흰 손수건으로 닦아 줄거다.

벌써부터 추억의 동무들 하나 둘 먼길 떠나기 시작하는데

난 끝까지 남아 추억으로 다 덥어 줄거다.

 

추억은 또 다른 추억을 위하여

고개를 살짝 내미는데

깜찍하게 윙크하던 수줍은 언어도

꼭 그 시절 가슴속에 나눴던 밀어인데

오늘은 추억을 꼬-옥 씹어봐야지

포장 마차 속 긴 얘기에 미더덕 처지듯이 말이다.